자가면역질환은 우리 몸의 구성물질에 대해 면역반응이 일어나 조직이 손상되거나 파괴되는 질환을 말한다. 이런 자가면역질환 중에서도 가임기 여성에게 주로 호발하는 질환이 있다. 바로 ‘루푸스’다.
루푸스 증상은 환자마다 매우 다양하며,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도 몇 주부터 몇 년에 걸쳐 서서히 나타날 수 있다. 초기에는 전신 피로감, 근육통, 미열 혹은 고열, 체중감소, 탈모 등이 나타나며, 양쪽 볼에 나비 모양의 피부 발진이나 관절이 붓거나 아픈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신장, 폐, 늑막, 심장, 뇌와 같은 주요 장기에 침범해 다양한 증상을 나타낼 수 있다. 이 같은 경우 사망에 이르거나 심각한 후유증으로 진행될 수 있어 빠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루푸스 환자 대부분은 가임기의 젊은 여성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2019년 루푸스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 2만 6,556명 가운데 여성 환자는 2만 2,9991명으로 남성보다 6배 이상 많다. 여성 환자 중에서도 83%가 20~50대의 비교적 젊은 환자다. 루푸스가 여성에서 많이 발생하고, 특히 가임기 여성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다 보니 임신에 대한 걱정과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루푸스 임신 여성은 심각한 합병증이나 사망 위험 요인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질병관리청 희귀질환헬프라인에서도 루푸스의 병세를 악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임신’을 꼽고 있다. 루푸스 환자의 임신률은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임신 시 산모나 태아에서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특히 산모가 특정 항체를 가지고 있을 때 합병증의 위험성이 증가한다. 대표적인 합병증으로는 유산, 태아 발육 지연, 조산 등이 있다. 루푸스 환자 중 50%는 정상 분만을 하고, 25%는 조산하지만 정상 아기를 분만하며, 나머지 25%는 유산이나 사산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합병증의 위험성은 질병의 악화로 인한 면역억제제의 사용이 증가하면 더욱 커진다. 질병관리청은 “루푸스 환자도 대개 6개월 이상 신장, 중추신경계 등 주요 장기 침범 없이 잘 관리 조절되고 있는 경우 임신 후 악화되는 경우는 매우 적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질병 활성도가 낮으면 임신 관련 합병증 위험이 약 70% 감소한다. 루푸스 환자도 전문의 진료를 통해 질병 활성도를 조절하면 건강한 임신과 출산이 가능하다는 것. 아주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서창희 교수·김지원 임상강사 연구팀은 1999년 1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아주대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여성 루푸스 환자의 임신 163건과 같은 연령의 일반 여성의 임신 596건을 비교 분석했다. 연구 결과, 여성 루푸스 환자의 임신 중 생존 출생률은 72.4%였으며, 사산, 전자간증, 조산, 자궁내 성장지연, 신생아 중환자실 입원율, 응급 제왕절개율 등이 일반 여성보다 높았다. 하이닥 내과 상담의사 장대국 원장(장대국내과의원)은 “루푸스 환자의 경우 반드시 계획된 임신이어야 하며 질병에 대한 활성도 평가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임신을 계획하기 전부터 임신 가능 여부와 치료 계획에 대해 담당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루푸스가 활동성일 때는 임신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병이 가라앉은 상태에서 임신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기 때문. 따라서 전혀 증상이 없으며 약을 끊은 지 6개월이 지난 후에 임신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나 루푸스 질환에 사용하는 항말라리아제는 질병의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임신 중 계속적인 사용을 권고하는 약제 중 하나이다. 말라리아 치료에 쓰이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루푸스의 피부 증상과 관절 증상 치료에 주로 사용된다. 임신 기간 중 약물 복용이 태아에게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에 의사와 상의 없이 임의로 약물을 중단하는 것은 태아와 산모 모두에게 위험할 수 있다.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장대국 원장 (장대국내과의원 내과 전문의)